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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 이번엔 숫자 속에서 터질 수도 있다” – 마이클 버리의 경고

by 뉴스비서 찬클하우스 2025.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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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의 귀환, 이번엔 ‘AI 감가상각 사기’

마이클 버리
마이클 버리, 출처 - 연합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전설의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다시 경고음을 울렸습니다.
이번 타깃은 부동산이 아닌 AI 데이터센터입니다.
그는 “AI 기업들이 자산의 감가상각비를 인위적으로 줄여 수익을 부풀리고 있다”며 이 현상을 “현대판 회계 조작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버리에 따르면,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의 내용연수(자산 사용기간)를 3년에서 최대 6년으로 연장했습니다.
즉, “장비가 더 오래 쓸 수 있다”고 장부상으로 처리해 감가상각비를 절감하고 이익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2026~2028년 사이 약 1,760억 달러(약 265조 원)의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하고 있다.”

 

감가상각의 함정 – 장부상 이익은 늘지만, 실질 가치는 줄어든다

감가상각은 쉽게 말해 “기계의 노후화를 반영해 자산 가치를 줄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3년마다 교체해야 할 서버를 6년 쓴다고 장부에 적으면 단기적으로는 감가상각비가 줄어 ‘이익’이 늘지만,
실제로는 노후 자산이 쌓여 기업의 실질 가치가 떨어집니다.

감가상각비 계산표
마이클 버리가 공개한 5개 빅테크들의 연도별 네트워크 컴퓨팅 장비 내구연한. 버리 X 캡처

특히 AI 산업은 GPU, 네트워크 장비 등 기술 교체 주기가 1~2년으로 매우 짧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최신 GPU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를 발표하며 매년 새로운 아키텍처를 출시할 계획을 내놨습니다.
즉, 서버 장비의 기술적 수명은 짧아지고 있는데 회계상 수명은 오히려 늘어난 셈입니다.

이 불일치는 ‘AI 버블’이 터질 잠재적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실질적으로는 낡은 장비를 쓰면서 회계상 ‘수익성 개선’을 보여주는 것은 가짜 성장이기 때문입니다.

265조 원의 착시 – ‘AI 버블 2.0’의 가능성

영국 바클레이스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5대 빅테크 기업이 자산 수명을 3년으로 다시 조정할 경우,
연간 세전이익이 38조 원 줄고, 시가총액이 약 1,100조 원 증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닙니다.
AI 인프라 산업 전체의 수익성 환상이 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AI 서버 임대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6년 기준 감가상각을 적용해 장부상 수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2년 기준으로 바꾸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버리가 지적한 핵심은 이것입니다.

“AI 산업은 기술보다 회계에 의해 과대평가되고 있다.”

 

오픈AI의 현실적인 고백 – “최신 칩만 쓸 수는 없다”

오픈AI의 CFO 사라 프라이어는 최근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6~7년 된 엔비디아 A100 칩을 사용합니다.
GPU 개발 주기가 짧아지면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집니다.”

이는 현실적인 제약을 보여줍니다.
AI 기업이 새로운 칩을 계속 사들일 여력이 없다면 ‘기술 성장’이 멈추고, ‘감가상각 리스크’가 터질 수 있습니다.

즉, AI 산업의 성장 속도는 자본과 에너지, 그리고 회계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론도 있다 – “AI 칩은 재활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버리의 경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GPU는 AI 학습용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영상 인코딩, 과학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습용으로 쓰던 GPU를 AI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재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마치 “게임용 노트북을 동생에게 물려줘 문서 작업용으로 쓰는 것과 같다”는 비유로 설명됩니다.

따라서 모든 빅테크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기술 생태계 전체의 효율성과 감가상각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숫자 속에 숨어 있는 ‘AI 버블의 그림자’

AI는 현재 전 세계 산업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리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모든 버블은 기대가 아니라, 회계에서 시작된다.”

AI 산업의 본질적 가치는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숫자로 만들어진 환상(illusion of profit)은 언제든 깨질 수 있습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그가 다시 경고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술 낙관론’ 속에서 놓치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켜줍니다.

AI의 진짜 성장 여부는 혁신의 속도보다 회계의 투명성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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