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에서 “흑자”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자연스레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2024년 4월, 한국은 57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2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치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정말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단순히 흑자라는 숫자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구조적 흐름과 신호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이 늘었는데 왜 걱정인가?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했습니다. 반도체(16.9%), 무선통신기기(6.3%), 의약품(22.3%) 같은 IT·바이오 품목이 좋은 실적을 냈죠. 이 덕분에 상품수지는 89억 9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작년 4월보다 37억 5천만 달러나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수출 구조의 편향에 있습니다. 자동차 수출은 4.1% 줄었고, 미국(-6.8%), 일본(-5.3%)으로의 수출도 감소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반도체 호조에 가려졌지만, 하반기 이후 이런 정책 요인이 현실화되면 국내 생산과 수출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서비스·소득수지 적자, 구조적 약점이 다시 드러나다
상품수지와 달리, 서비스수지는 여전히 구조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4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28억3천만 달러, 전월보다 오히려 악화된 수치입니다.
특히 운송수지는 해운 운임 하락 여파로 15개월 만에 적자 전환, 국내 기업의 R&D 대가 지급 증가로 기타 사업서비스수지도 대규모 적자를 냈습니다.
본원소득수지도 3월에는 32억 달러 흑자였지만, 4월에는 1억9천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 있었습니다.
배당소득수지는 단 한 달 만에 26억 달러 흑자에서 6억5천만 달러 적자로 급변했죠. 이는 한국 기업의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수입은 줄었지만 그게 꼭 좋은 걸까?
4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좋은 뉴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역시 ‘불황형 흑자’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이 10.4% 줄었고, 소비재 수입도 감소했습니다. 반면 자본재 수입은 8.7% 증가했는데, 이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전체 흐름을 보면, 수입 감소에 의존한 흑자 구조라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됩니다. 실제로 한은 관계자도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흑자에 안도하기보다 구조를 바꿔야 할 때
4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치상으로는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대미 수출 부진, 서비스 산업의 약세, 외국인 배당에 의한 자본 유출이라는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들이 함께 숨어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이제 수출 회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기술 기반 수익 창출 구조 전환, 외국 자본 의존도 완화 같은 과제가 시급합니다.
지금 우리가 흑자라는 수치에 안도하기보다는, 그 안에 감춰진 ‘미세한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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