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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 규모 체코 원전 수주, 역사적 성과이자 남은 과제

by 뉴스비서 찬클하우스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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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 원전 부지 두코바니 전경
체코 신규 원전 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 원전 산업이 다시 한번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5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계약 체결식에 한국 정부·국회·산업계를 대표하는 방대한 대표단이 참석했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6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수주 계약을 공식 체결했습니다.

이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대형 원전 수출이자, 규모 면에서도 사상 최대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기쁨 이면에는 기술 분쟁과 외교적 마찰, 그리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민감한 갈등이라는 상처도 남아 있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의 의미: 원전 수출 국가로서의 위상 회복

이번 수주는 단순한 경제 계약 그 이상입니다. 체코는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안전성과 기술 신뢰성을 중시하는 국가로, 입찰 과정 역시 철저하고 복잡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원전 APR1000이 기술·경제성 평가를 모두 통과했고, 최종 경쟁자였던 프랑스 EDF를 제치고 단독 협상자로 선정된 것입니다.

게다가 한수원은 체코 원자력청으로부터 표준설계인가 심사도 승인받아, 유럽 내 추가 수출의 길도 열리게 되었습니다.


방대한 정부-산업계 대표단, 전략적 외교의 현장

이번 계약 체결식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핵심 경제부처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 6명이 동행해 정파를 초월한 전략적 수출지원 외교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원전 및 인프라 기업은 물론, 로봇산업진흥원, 자동차연구원까지 참석해 이번 체결이 단순한 플랜트 수출이 아닌, 대한민국 산업 역량의 집약적 수출 모델임을 상징했습니다.


상처로 남은 웨스팅하우스 기술 분쟁

하지만 이번 성과에만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설계가 자사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체코 입찰 과정에서도 반독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미국 수출통제 규정(Part 810)을 근거로, 한수원이 수출 허가 없이 미국 기술을 제 3 국에 제공했다는 주장은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배경에 이 분쟁이 연관됐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법적 분쟁을 종결하고 협력 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적 조건은 비공개로 남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료(로열티) 지급, 향후 부품 제공 및 공동 수출 조건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기술 자립의 과제와 글로벌 경쟁 구도

이번 체코 수주는 분명 한국 원전 산업의 성과이지만, 동시에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원전 기술은 단순한 기계 설계가 아닌, 국가 간 전략과 외교가 얽히는 영역이며, 핵심 부품·설계권의 소유는 언제든 수출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향후 한국이 독자적인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러시아 로사톰 등과의 장기적 경쟁 구도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원전 외교의 새로운 모델, 그 첫걸음

한국의 이번 체코 수주는 단순한 원전 수출이 아닙니다. 에너지·건설·과학기술·로봇·자동차까지 포괄하는 융복합 산업 외교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사만 수주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정비·부품·인력 양성까지 통합된 수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앞으로 원전 수출을 단순 산업이 아닌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통합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체코 원전 수주는 역사이자 시험대

이번 수주는 분명 한국 원전 산업의 쾌거입니다. 그러나 기술 종속과 외교 갈등이라는 현실적 숙제도 함께 남겼습니다. 세계는 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원자력 산업에 다시 주목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정교한 전략과 더 단단한 기술 기반이 필요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성공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기술 경쟁력, 외교 감각, 민관 협력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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